작정과 예정
개혁교회는 하나님이 영원 전부터 지혜롭고 거룩한 뜻을 따라 일어날 모든 일을 정하셨고, 그 뜻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들을 값없는 은혜로 생명에 예정하셨다고 고백합니다. 이 높은 신비는 사색이나 두려움이 아니라 겸손과 확신과 찬송을 위해 주어졌습니다.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구원을 말하기 전에 먼저 하나님을 말합니다. 성경을 다룬 1장과 하나님과 삼위일체를 다룬 2장에 이어, 죄나 구원을 말하기도 전인 3장에서 ‘하나님의 영원한 작정’을 고백합니다. 작정이란 하나님이 창세 전에 세우신 뜻, 곧 무엇을 하실지 미리 정하신 계획을 말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이 뜻하신 계획대로 이루시는 분의 목적에 따라 우리가 예정되어 또한 그분 안에서 상속 유업을 얻었으니
엡 1:11
이 구절에서 바울은 깊이 생각하여 세운 계획을 뜻하는 라는 말을 씁니다. 하나님은 "내가 처음부터 끝을 밝히 알리며 아직 이루어지지 아니한 일들을 옛적부터 밝히 알리고 이르기를, 나의 계획이 설 터이니 내가 나의 기뻐하는 모든 일을 이루리라, 하였노라."고 말씀하십니다 (사 46:10).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1절은 이것을, 하나님이 영원부터 자기 뜻의 지극히 지혜롭고 거룩한 계획을 따라 일어나는 모든 일을 자유롭게, 변함없이 정하셨다고 요약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그런데 이 고백에는 곧바로 세 가지 단서가 붙습니다. 그렇다고 하나님이 죄의 조성자가 되시는 것도 아니고, 피조물의 의지가 억지로 꺾이는 것도 아니며, 피조물이 실제로 일으키는 원인들, 곧 ‘제2원인’의 자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 오히려 세워진다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가장 분명한 예는 십자가입니다. 베드로는 예수께서 "그분께서 하나님의 정하신 계획과 미리 아심을 통하여 넘겨지매 너희가 그분을 붙잡아 사악한 손으로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으나"라고 말합니다 (행 2:23). 한 사건 안에 하나님의 거룩한 계획과 사람의 죄책이 함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작정은 운명론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목적만이 아니라 거기에 이르는 수단, 곧 설교와 기도와 사람의 결정까지 정하시므로, 작정은 우리의 기도와 순종을 헛되게 하지 않고 오히려 의미 있게 합니다. 하나님의 다스리심 전체는 교리 과정의 섭리 과에서 다루었으니, 여기서는 구원에 관한 작정, 곧 예정을 봅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은혜로
예정은 사람의 영원한 운명에 관한 하나님의 작정입니다. 신약은 ‘미리 정하다’라는 뜻의 를 몇 번 쓰는데, 대개 기도와 찬송과 위로의 자리에서입니다. 바울은 에베소서를 찬송으로 시작합니다.
곧 우리가 사랑 안에서 자신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세상의 창건 이전에 그분 안에서 우리를 택하셨으며 자신의 크게 기뻐하시는 뜻에 따라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자신의 아이로 입양하심으로써 자신의 은혜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느니라. 그 은혜 안에서 그분께서 그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를 받아 주셨으니
엡 1:4-6
택하심은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고, 그 목적은 거룩함과 하나님의 자녀 됨이며, 그 끝은 하나님의 은혜를 찬미하는 것입니다. 로마서 8장은 미리 정하심에서 부르심과 의롭다 하심을 거쳐 영화롭게 하심까지를 한 줄로 잇습니다 (롬 8:30). 매튜 헨리는 이 구절에 대해 "여기에 우리 구원의 원인들의 순서가 있으니, 끊어질 수 없는 황금 사슬입니다"라고 씁니다 매튜 헨리.
왜 하필 이 사람들인가? 개혁교회는 그 이유를 사람에게서 찾지 않습니다. 바울은 구원이 "그런즉 이와 같이 그것은 원하는 자에게서 나지도 아니하고 달리는 자에게서 나지도 아니하며 오직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에게서 나느니라."고 말하고 (롬 9:16), 사도행전은 비시디아 안디옥에서 "이방인들이 이 말을 듣고 즐거워하며 주의 말씀에 영광을 돌리고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정해진 자들은 다 믿더라."고 기록합니다 (행 13:48). 그래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5절은 생명에 예정된 이들을 하나님이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셨으되, 미리 보신 믿음이나 선행 때문이 아니라 오직 값없는 은혜와 사랑으로 그리하셨고, 이 모든 것이 그분의 영광스러운 은혜를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믿음은 택하심의 원인이 아니라 택하심이 맺는 열매입니다.
지나치심과 하나님의 공의
예정을 말하면 곧 어려운 질문이 따라옵니다. 택함을 받지 못한 이들은 어떻게 되는가? 개혁교회의 고백은 여기서 말을 아낍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7절은 하나님이 나머지 사람들을 ‘지나치시기로’ 하셨고, 그들을 ‘그들의 죄 때문에’ 수치와 진노에 이르도록 정하셔서 그분의 공의를 찬송하게 하셨다고 고백합니다. 이것을 ‘유기’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선택과 유기는 같은 방식으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선택은 받을 자격이 없는 이에게 베푸시는 긍휼이고, 유기는 죄인을 스스로 택한 죄 가운데 두시는 공의입니다. 도르트 신경은 이 작정이 결코 하나님을 죄의 조성자로 만들지 않고 죄를 심판하시는 의로운 재판장으로 드러낸다고 말하며, 불신앙의 원인과 책임은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고 가르칩니다 도르트 신경 첫째 교리. 매튜 헨리의 말도 같습니다. "구원받는 사람들은 하나님께만 감사해야 하고 멸망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만을 탓해야 합니다" 매튜 헨리.
같은 하나님이 복음을 모든 사람에게 보내십니다. 도르트 신경 둘째 교리는 그리스도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는다는 약속을, 회개하고 믿으라는 명령과 함께 모든 민족과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예정은 전도를 막지 않습니다. 고린도에서 두려워하던 바울에게 주님은 계속 말하라고 하시며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아무도 너를 공격하여 해치지 못하리니 내게는 이 도시에 많은 백성이 있느니라, 하시더라."고 하셨습니다 (행 18:10).
개혁교회 안에도 이 신비를 설명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습니다. 작정들의 시간 순서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 안에서의 논리적 순서를 두고, 타락 전 선택설(전택설)은 선택의 작정이 먼저이고 창조와 타락의 허용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타락 후 선택설(후택설)은 하나님이 이미 타락한 인류 가운데서 택하셨다고 봅니다. 칼뱅의 후계자 테오도르 베자 같은 이들은 전택설에 기울었고, 도르트 신경은 대개 후택설에 가깝게 읽히며,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두 견해를 다 품을 수 있게 쓰였다고 보는 학자가 많습니다. 어느 쪽이든 선택은 은혜이고 유기는 죄에 대한 공의라고 고백합니다.
다른 전통은 다르게 가르칩니다. 아르미니우스를 따르는 이들과 웨슬리 전통은 하나님이 믿을 이들을 미리 아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셨으며 모든 사람에게 응답할 수 있게 하는 은혜를 앞서 주신다고 가르칩니다 아르미니우스, 소신 선언, 항론서. 루터교는 택하심이 오직 은혜이지만 누구도 멸망으로 예정되지 않았다고 고백합니다 일치신조 11조. 가톨릭 교회는 은혜가 언제나 먼저라고 가르치면서 그 안에서 여러 학파의 설명을 허용합니다. 이 견해들은 교리 과정의 은혜와 선택 과에서 나란히 살펴보았습니다.
이 높은 신비를 대하는 법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3장을 마치며 예정이라는 ‘높은 신비’를 특별히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라고 권합니다. 말씀에 계시된 뜻을 따라 순종하는 이들이 자기가 효과적으로 부르심을 받았음을 보고 영원한 선택을 확신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렇게 다룰 때 이 교리는 하나님께는 찬송과 경외를, 복음에 진실하게 순종하는 이들에게는 겸손과 부지런함과 넘치는 위로를 준다고 고백은 말합니다.
은밀한 일들은 주 우리 하나님께 속하거니와 계시된 그 일들은 영원토록 우리와 우리 자손들에게 속하나니 이것은 우리가 이 율법의 모든 말씀을 행하게 하려 하심이니라.
신 29:29
매튜 헨리는 이 구절을 두고 "우리는 하나님의 은밀한 뜻을 호기심으로 캐묻거나 그것에 대해 단정하는 것을 금지받았습니다"라고 씁니다 매튜 헨리. 칼뱅도 사람의 호기심이 예정에 뛰어들면 빠져나올 길 없는 미로에 들어간다고 경고하면서, 성경이 가르치는 데까지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배우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택함을 받았는지 불안해하는 이들에게 숨겨진 작정을 캐지 말고 그리스도를 바라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택하심을 비추어 보는 거울이시기 때문입니다 칼뱅, 기독교 강요 3.21–24.
그러므로 예정은 그리스도께 나아가기 전에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아니라, 이미 나아온 이들이 뒤를 돌아보며 부르는 찬송입니다. 내가 하나님을 붙들기 전에 하나님이 먼저 나를 붙드셨다는 사실은 교만을 꺾고, 흔들리는 날에 확신을 주며,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리게 합니다. 바울도 긴 논증을 "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부요함이여! 그분의 판단들은 헤아릴 수 없으며 그분의 길들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라는 찬송으로 마쳤습니다 (롬 11:33). 아직 망설이는 이에게도 문은 열려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시는 모든 자는 내게로 올 것이요, 내게 오는 자는 내가 결코 내쫓지 아니하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요 6:37). 다음 과에서는 이 고백이 도르트 총회에서 다섯 교리로 정리된 이야기를 봅니다. 예정이란 무엇인가?도 함께 읽어 보십시오.
연습
- 연습 1 / 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이 말하는 하나님의 ‘작정’은 무엇입니까?
- 연습 2 / 7
하나님의 정하신 뜻과 사람의 죄책이 한 사건 안에 함께 있음을 가장 분명히 보여 주는 말씀은 무엇입니까?
- 연습 3 / 7
개혁교회의 고백에 따르면 하나님이 생명에 이를 이들을 택하신 근거는 무엇입니까?
- 연습 4 / 7
개혁교회는 선택과 유기를 어떻게 구별합니까?
- 연습 5 / 7
개혁교회 안의 전택설과 후택설은 무엇을 두고 갈라집니까?
- 연습 6 / 7
하나님이 믿을 이들을 미리 아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시며, 모든 사람에게 응답할 수 있게 하는 은혜를 앞서 주신다고 가르치는 전통은 어디입니까?
- 연습 7 / 7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3장 8절은 예정 교리를 어떻게 다루라고 권합니까?
출처
- 웨스트민스터 총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1646 — 장로교회의 신앙고백. 성경, 하나님과 작정, 언약, 구원, 교회와 성례, 종말을 33장에 걸쳐 고백한다. 읽기
- 도르트 총회, 도르트 신경 1619 — 항론파에 대한 개혁교회의 답. 무조건적 선택, 택자를 위한 속죄, 은혜로 말미암는 거듭남, 성도의 견인을 다섯 교리로 고백한다. 읽기
- 야코부스 아르미니우스, 소신 선언 1608 — 하나님이 믿을 자들을 미리 아시고 그리스도 안에서 택하신다는 자신의 예정론을 네덜란드 의회 앞에서 밝혔다.
- 항론파, 항론서(다섯 조항) 1610 — 아르미니우스를 따르는 이들의 고백. 예지된 믿음에 따른 선택, 모든 이를 위한 속죄, 거부할 수 있는 은혜를 말한다.
- 루터교, 일치신조 11 (1577) — 11조: 선택은 오직 은혜로 말미암으며, 누구도 멸망으로 예정되지 않았다.
- 장 칼뱅, 기독교 강요 1559 — 개혁파 신학의 대표 저작. 읽기
성경과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 신경)을 바탕으로 한 강의입니다. 개혁주의 신앙을 가르치되, 다른 전통의 견해도 공정하게 소개합니다. 성경 인용: 개역한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