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와 귀신은 실재하는가?
성경은 하나님이 지으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 곧 하나님을 섬기는 천사와 하나님께 맞선 사단과 귀신이 실재한다고 전제하고 가르칩니다. 교회는 이를 늘 고백해 왔지만, 그들은 하나님과 맞먹는 존재가 아니라 피조물이며 그리스도께서 이미 십자가에서 이기셨습니다. 그래서 그리스도인은 이 문제를 부정하지도, 여기에 사로잡히지도 않고 그리스도를 바라보며 깨어 살아갑니다.
성경의 답
성경은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가 전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성경 곳곳에는 하나님이 지으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등장합니다. 먼저 천사입니다. 히브리서는 천사가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 이렇게 묻습니다.
그들은 다 구원의 상속자가 될 자들을 위해 섬기라고 보내어진 섬기는 영들이 아니냐?
히 1:14
천사는 하나님의 사자, 곧 심부름꾼입니다. 천사는 예수의 탄생 이야기에서 가장 두드러집니다. 가브리엘은 마리아에게 나타나 "그 천사가 그녀에게 이르되, 마리아야, 두려워하지 말라. 네가 하나님께 호의를 입었느니라."고 말했고 (눅 1:30), 들판의 목자들에게도 한 천사가 이렇게 알렸습니다.
천사가 그들에게 이르되, 두려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가져왔노라.
눅 2:10
그런데 성경의 천사는 날개 달린 귀여운 아기의 모습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두려워하는 존재로 나타나며, 첫 마디가 자주 "무서워 말라"입니다. 그리고 천사는 어디까지나 피조물입니다. 요한이 천사의 발 앞에 엎드려 경배하려 하자 천사는 "그때에 그가 내게 이르기를, 나는 네 동료 종이요, 대언자들인 네 형제들과 이 책의 말씀들을 지키는 자들 중에 속한 자니 너는 주의하여 그리하지 말고 하나님께 경배하라, 하더라."고 했습니다 (계 22:8-9). 바울도 천사 숭배를 경계합니다 (골 2:18).
다른 한편에는 하나님께 맞선 존재가 있습니다. 히브리어 사탄(שָׂטָן)은 "대적하는 자, 고발하는 자"를 뜻하고, 욥기와 스가랴에 나옵니다. 신약에서는 마귀, 사단, 옛 뱀이라 불립니다 (계 12:9). 그는 광야에서 예수를 시험했고 (마 4:10-11), 예수께서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실 때 그 힘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다 놀라며 자기들끼리 물어 이르되, 이것이 무슨 일이냐? 이것이 무슨 새로운 교리냐? 그가 권위를 가지고 심지어 부정한 영들에게 명령하니 그들이 그에게 순종하는도다, 하더라.
막 1:27
귀신들은 예수가 누구인지 알아보았지만 (막 1:24) 그분께 순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울은 이 싸움이 눈에 보이는 사람들과의 싸움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너희가 마귀의 간계들을 능히 대적하며 서기 위해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우리는 살과 피와 맞붙어 싸우지 아니하고 정사들과 권능들과 이 세상 어둠의 치리자들과 높은 처소들에 있는 영적 사악함과 맞붙어 싸우느니라.
엡 6:11-12
베드로는 같은 현실을 이렇게 말합니다.
정신을 차리라. 깨어 있으라. 너희 대적 마귀가 울부짖는 사자같이 두루 다니며 삼킬 자를 찾나니
벧전 5:8
그러나 성경이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은 이 대적자가 이미 패배했다는 사실입니다.
정사들과 권능들을 벗기사 십자가 안에서 그들을 이기시고 공공연히 그들을 구경거리로 삼으셨느니라.
골 2:15
그래서 야고보는 "그러므로 하나님께 복종하라. 마귀를 대적하라. 그리하면 그가 너희에게서 도망하리라."고 합니다 (약 4:7). 마귀는 하나님과 맞먹는 반대편 신이 아니라, 이미 심판받은 존재입니다 (요 16:11). 교회는 베드로후서 2:4의 "범죄한 천사들"을 이 존재들이 본래 하나님이 지으신 천사였으나 죄를 지어 심판 아래 있다는 뜻으로 읽어 왔습니다 (벧후 2:4).
교회의 증언
교회는 처음부터 천사와 마귀의 실재를 고백했습니다. 니케아 신경은 하나님을 하늘과 땅, 그리고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의 창조주로 고백하며 니케아 신경, 교회는 이 "보이지 않는 것"에 천사가 포함된다고 이해해 왔습니다. 마귀는 본래 악하게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선하게 지으신 존재가 스스로 타락했다는 것이 교회의 오랜 가르침입니다. 1215년 제4차 라테란 공의회도 마귀와 다른 악한 영들이 본성상 선하게 창조되었으나 스스로 악하게 되었다고 가르쳤습니다.
천사의 질서와 역할에 대해서는 전통마다 생각이 다릅니다. 가톨릭과 정교회는 각 사람을 지키는 수호천사를 가르치고, 천사들의 위계를 말하는 전통도 이어 갑니다. 마태복음 18:10이 그 근거로 자주 인용됩니다. 히에로니무스는 이 말씀에 감탄합니다. "영혼들의 존귀함이 크도다. 각 영혼이 태어날 때부터 자기를 맡아 돌보는 천사를 가지고 있다니!" 히에로니무스. 반면에 오리게네스는 이에 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있다고 전합니다 오리게네스. 개신교는 대체로 성경이 천사의 위계에 대해 많이 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중하며, 칼뱅은 천사에 대한 호기심 어린 추측을 경계하고, 신자마다 한 천사가 맡겨져 있다고 단언하기를 조심스러워하면서, 성경이 알려 준 것, 곧 천사가 하나님의 뜻을 행하며 신자를 돌본다는 것에 머물라고 권합니다 칼뱅, 기독교강요 1권 14장 7절.
교부들은 귀신 들린 사람을 고치신 이야기에서 마귀의 한계를 읽었습니다. 마가복음 1:23에 대해 위(僞)크리소스토무스는 "마귀들이 아무리 진리를 선포하더라도 그들을 믿지 말자"고 가르칩니다 위(僞)크리소스토무스. 베다는 귀신들이 두려워한 까닭을 이렇게 풀이합니다. "마귀들은 주께서 땅 위에 계신 것을 보고 자기들이 곧 심판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베다. 매튜 헨리는 에베소서 6장에서 이렇게 권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로 사단에게 굴복하지 않기로 결심해야 합니다. 그를 대적하면 그가 피할 것입니다" 매튜 헨리. 또 히브리서 1:14를 풀면서, 가장 높은 천사도 "부리는 영에 불과하며 그리스도의 명령을 수행하는 종일 뿐"이라고 합니다 매튜 헨리.
원어로 보기
히브리어 말아크(מַלְאָךְ)와 헬라어 앙겔로스(ἄγγελος)는 둘 다 본래 "사자, 심부름꾼"이라는 뜻입니다. 사람 심부름꾼에게도 쓰이므로, 문맥에서 영적 존재를 가리킬 때에 "천사"로 옮깁니다. 개역한글이 누가복음 15:10이나 사도행전 12:7에서 "사자"라고 옮긴 것도 같은 말입니다. 천사는 무엇보다 무엇을 하는 존재인지로 소개됩니다. 곧 보내심을 받은 이입니다.
마귀는 헬라어로 디아볼로스(διάβολος)이고, 이는 "비방하는 자, 모함하는 자"를 뜻합니다. 히브리어 사탄과 같이 고발하고 갈라놓는 자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반면 "귀신"으로 옮기는 다이모니온(δαιμόνιον)은 신약에서 대체로 악한 영을 가리킵니다. 이 낱말은 헬라 사람들에게는 신이나 죽은 이의 영 같은 존재를 뜻할 수 있었으나, 신약에서는 "더러운 영"과 바꾸어 쓰입니다 (막 1:23, 눅 4:33). 교회의 전통은 귀신을 죽은 사람의 영혼이 아니라 타락한 천사로 이해해 왔습니다.
흔한 반론과 답
"과학의 세계관과 맞지 않는다. 눈에 보이지 않고 측정할 수 없는 존재를 왜 믿어야 하는가?" 이 반론은 진지하게 받아들일 만합니다. 천사나 귀신은 실험으로 확인할 수 없으며, 오늘 우리가 아는 질병과 자연 현상의 많은 부분은 옛 사람들이 영의 일로 설명했던 것들입니다. 다만 과학의 방법은 자연의 원인을 다루도록 스스로 범위를 정한 것이므로, 자연 너머의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를 과학이 판정할 수는 없습니다.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그분이 다른 영적 피조물을 지으셨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고,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하려면 과학이 아닌 철학적 전제가 필요합니다. 이것이 증명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성경을 신뢰하는 이에게는 예수께서 직접 천사와 귀신과 사단을 말씀하셨다는 점이 이 문제에서 무겁습니다.
"귀신 들림은 옛 사람들이 간질이나 정신 질환을 오해한 것이다." 이 지적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마가복음 9장의 소년은 거품을 흘리며 쓰러지고 이를 가는 증세를 보였고 (막 9:17-18), 오늘의 의학이라면 간질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의사의 도움을 받으라고 권하며, 이를 모두 귀신의 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신약 자체가 구분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마태는 병든 자들 가운데 "그분의 명성이 온 시리아에 두루 퍼지니라. 그들이 모든 병든 사람 곧 갖가지 질병과 고통에 사로잡혀 앓는 자, 마귀 들린 자, 미친 증세가 있는 자, 마비 병 환자들을 그분께 데려오니 그분께서 그들을 고치시매"을 따로 열거합니다 (마 4:24). 신약은 모든 병을 귀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습니다. 또 이 이야기들에서 귀신은 예수가 누구인지를 말하고 예수께 말을 건넵니다. 병리학만으로는 이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들이 있고, 어떤 이들은 이것을 당시의 서술 방식으로 읽습니다. 이 점에서는 그리스도인들 사이에도 해석이 갈립니다.
"악은 사람이 저지르는 것인데, 마귀를 내세우면 책임을 회피하게 되지 않는가?" 정당한 우려입니다. 성경은 마귀를 변명거리로 삼지 않습니다. 야고보는 시험이 "오직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의 욕심에 이끌려 유혹을 받을 때에 시험을 받나니"에서 온다고 말합니다 (약 1:14-15). 악의 책임은 사람에게 있고, 마귀는 사람을 속이고 부추기는 역할을 할 뿐이라는 것이 성경의 균형입니다.
더 생각해 보기
C. 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 서문에서 마귀에 대해 인간이 빠지기 쉬운 두 가지 오류가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마귀를 아예 믿지 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귀를 믿되 지나치게 관심을 쏟고 병적으로 끌리는 것입니다. 마귀는 두 가지를 모두 반깁니다. 성경은 두 길 모두에서 떠나 있습니다. 천사에 대해서도 같습니다. 천사를 무시하지도 않고, 숭배하거나 천사의 말을 구하지도 않으며, 그들이 섬기는 하나님께 시선을 둡니다.
한국의 독자에게는 "귀신"이라는 말이 무속과 조상 영혼 이야기와 겹쳐 들릴 수 있습니다. 성경이 말하는 악한 영은 죽은 이의 영혼이 아니며, 그리스도인은 두려움으로 이를 대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그리스도인은 제사를 지내도 되는가?에서 이어서 다룹니다. 또 영적 문제처럼 보이는 괴로움이 있다면 의사나 상담자에게 도움을 받는 것과 기도하는 것은 서로 대립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아예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습니까, 아니면 두려움에 지나치게 붙들려 있습니까? 그리스도께서 이미 이기셨다는 소식이 내 불안을 어떻게 바꿀 수 있습니까? 바울은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우리를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다고 합니다 (롬 8:38-39). 이 말씀을 오늘 내 삶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겠습니까?
더 읽으려면 기적은 가능한가?와 선하신 하나님이 왜 악을 허락하시는가?를 보십시오.
관련 질문
- 기적은 가능한가?하나님이 계시고 그분이 자연을 만드셨다면, 그분이 자연 안에서 특별하게 일하시는 것은 모순이 아닙니다. 성경은 이적을 자연법칙을 깨뜨리는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를 가리키는 표적으로 읽습니다. 흄의 반론은 진지하게 받을 만하지만, 그 힘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전제를 얼마나 미리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 과학과 신앙은 충돌하는가?성경은 세계를 질서 있게 지으신 하나님을 말하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자연을 탐구하는 일이 그 지혜를 살피는 일이라고 보아 왔습니다. 과학은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묻고, 성경은 거기에 더해 누가 왜 지으셨는지를 묻습니다. 창세기 1장을 어떻게 읽을지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인 사이에 서로 다른 견해가 있지만, 모두 하나님이 창조주이시라는 데에는 하나입니다.
- 선하신 하나님이 왜 악을 허락하시는가?성경은 이 질문을 피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도 주지 않습니다. 세상은 선하게 창조되었으나 죄로 망가졌고, 하나님은 악 가운데서도 선을 이루시며, 욥에게는 설명 대신 당신 자신을 보이셨고, 십자가에서는 고난 속으로 직접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고 악이 끝나는 날을 약속하십니다.
- 예수는 누구인가?교회는 예수를 약속된 메시야요 하나님의 아들이며 주님이시라고 고백해 왔습니다. 칼케돈 공의회의 말로는 참 하나님이시며 참 사람이신 한 분입니다. 이것은 그분을 가장 가까이서 따른 사람들이 증언한 것이며, 예수께서 직접 던지신 질문 앞에서 지금도 모든 사람이 답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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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성경과 고전 주석을 바탕으로, 역사적 기독교 신앙(사도신경, 니케아 신경)의 관점에서 쓴 글입니다. 그리스도인 사이에 견해가 갈리는 문제는 여러 견해를 함께 소개합니다. 성경 인용: 개역한글.